질문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질문의 종류에 따라 답변을 활용하는 목적이 달라집니다. 1) 열린 질문 - 사실이나 정보를 알기 위한 질문, 2) 닫힌 질문(확인형 질문) – 본인의 의도를 상대방이 이해했는지 확인하기 위한 질문, 3) 탐색 질문(확장 질문) – 여러 가지 연속 질문을 통해 심도 높은 해결책을 찾아가는 질문, 4) 유도 질문 – 상대방의 잘못을 이끌어내기 위한 질문, 5) 수사적 질문 – 본인의 생각을 강조하기 위해 질문형으로 서술, 6) 반대 질문 – 논쟁 시 상대방의 의견을 반박하기 위한 질문 등이 있습니다.
선지자 하박국은 하나님께 받은 묵시를 전하지만, 1-2장은 하나님께 질문하고, 하나님의 답변을 듣는 형식으로 되어 있고, 3장은 기도문으로 되어 있습니다. 하박국의 질문을 굳이 분류해본다면 반대 질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보기에 하나님이 행하시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공의의 하나님이시고 하나님의 말씀은 옳다면, “왜 현실에서 정의가 전혀 시행되지 않으며 악인이 의인을 에워싸서 정의가 굽게 하셨느냐”는 것입니다. 심지어 하나님이 기도에 응답하시는 분이라면, 그렇게 부르짖고 응답을 기다려도 응답이 없고, 의로운 자를 구원하지 않으셨느냐는 것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하나님의 답변은 5절 이하에 나오기 때문에, 오늘 본문만 보아서는 하나님의 답변을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질문하는 하박국 선지자를 통해 우리도 어떤 신앙을 가져야 하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하나님과 교제하는 신앙 – 1절에 보면 ‘선지자, 묵시, 경고’라는 단어가 이어서 나옵니다. 하나님의 계시와 말씀과 연관된 단어입니다. 선지자 하박국은 하나님께 질문하고, 하나님으로부터 답변을 듣고, 다시 질문하고, 다시 답변을 듣는 형식으로 하나님과 대화하며 교제하는 삶을 살아갑니다. 물론 이것이 편안한 삶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말씀을 전해야 하고, 전한 말씀대로 살아야 하고, 2절에 보면 기도해야 하는 사명과 부담을 갖게 됩니다.
2. 영적 감수성이 있는 신앙 – 선지자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보는 사람입니다. 동시대의 모든 사람이 같은 상황과 환경 속에 살고 있었지만, 오직 하박국만이 문제의식을 느끼고 하나님께 질문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3절에 “어찌하여 내게 죄악을 보게 하시며 패역을 눈으로 보게 하시나이까”라고 했습니다. 자신이 먼저 연구하고 관찰해서 깨달은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문제를 보게 하셨던 것입니다. 보이는 것이 은혜요, 보이는 것이 사명입니다. 보여준다고 다 볼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3. 하나님의 개입을 구하는 신앙 – 하박국의 고민과 탄식은 하나님이 개입하셔야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지금 하박국이 보고 있는 현실은 죄악, 패역, 겁탈, 강포, 변론, 분쟁, 불법, 정의가 실현되지 않음입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하나님이 개입하지 않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하박국의 질문은 형식은 따지듯 하는 질문이지만, 내용은 자신이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을 세상의 방식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 안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몸부림이었습니다.
우리도 하박국과 같은 질문을 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특히 하나님의 침묵 앞에서 우리는 인내하기보다 내 방식, 내 뜻대로 해결하고 싶은 유혹을 받게 됩니다. 그럴 때도 끝까지 하나님과 교제하며 하나님의 개입을 구하고 하나님의 방법으로 해결되기를 인내로 기다리는 신앙을 가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