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닝은 악기의 흐트러진 음을 맞추는 조율이라고도 하고, 어떤 기계나 장치에 성능을 개선하거나 최적화하고 목표값이 나오도록 조정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튜닝이 필요한 이유는 처음에 최적화되도록 출고되었지만, 사용하면서 조금씩 밸런스가 안 맞거나, 상황이나 환경이 바뀌면서 더 좋은 것들이 나왔을 때,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서입니다. 만약에 튜닝을 하지 않으면 악기의 경우 불협화음이 나서 음악이 아니라 소음으로 들려지게 되고, 기계나 장비의 경우 성능이 급격히 저하되거나 고장이 나서 정지하게 됩니다.
기계나 장비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인생과 신앙에도 조율이 필요하고, 튜닝이 필요합니다. 초심을 잃어버리고, 원래의 계획에서 벗어나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개혁된 교회는 계속 개혁되어야 하고, 개혁된 신앙도 계속 개혁되어야 합니다. 오늘 종교개혁 주일을 맞아 우리 교회와 우리 신앙이 개혁 정신을 이어받아 하나님의 본래 의도와 목적을 잘 유지하고 있는지, 튜닝이 필요한 부분은 없는지 돌아보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마틴루터는 종교개혁의 세 가지 정신을 이야기했습니다. “오직 성경, 오직 믿음, 오직 은혜”입니다.
1. 오직 성경 – 우리의 기준은 성경입니다. 악기를 튜닝할 때는 표준음에 맞춥니다. 1초에 440번 진동하는 440Hz를 A음(라)이라 하고, 여기에 맞춰 튜닝합니다. 이 네 번째 옥타브의 A음이 표준음이 됩니다. 음악의 표준음과 같은 것이 성경입니다. 말씀 이외의 다른 어떤 것도 우리의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2. 오직 믿음 – 우리의 신앙은 성령으로 시작하였다가 육체로 마치기 쉽습니다. 구원받을 때는 믿음으로 구원받는데, 살아가면서 행위나 공로를 의지하기 쉽습니다. 믿음으로 행하지 않는 모든 것이 죄라고 하셨는데, 우리는 점차 자기 소견에 옳은대로 행하려고 합니다.
3. 오직 은혜 – 말씀과 믿음으로 사는 자는 은혜를 깨닫게 됩니다. 하나님의 의에 이르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한 것도 없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내가 뭐라도 했을지라도 교만할 수 없고, 실패하고 넘어져도 낙심하지 않습니다. 은혜가 우리를 붙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말씀에 의해 믿음으로 은혜로 값없이 구원받았음을 아는 사람은 은혜받은 자답게 살아야 합니다. 은혜받은 자는 거룩함을 회복해야 합니다. 레위기의 주제는 하나님이 거룩하신 것처럼 우리도 거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거룩함이라는 히브리어 ‘카데쉬’는 ‘구별되다, 잘라서 떼어놓다’라는 의미를 가집니다. 세상과 구별되고 세상으로부터 잘라서 떼어놓은 것처럼 다른 점이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을 위해 세상과 구별된 것이 하나님을 닮아가게 하고, 교회를 교회되고, 성도를 성도답게 만듭니다. 거룩함은 구별됨이고, 구별됨은 탁월함으로 이어집니다.
교회와 성도의 모습에는 세상과 다른 점이 있어야 하고, 세상에 없는 다른 것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세상속에 살아가다보면 세상과 동화되고, 세상과 구별되지 않는 세속화의 모습으로 변질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음이 흐트러진 악기는 아무리 뛰어난 음악가가 연주해도 불협화음을 낼 수밖에 없는 것처럼, 세상과 다를 바 없는 교회와 성도는 세상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교회에서도 거룩함을 드러내지 못합니다. 종교개혁주일을 맞아 우리의 신앙이 성경과 믿음과 은혜를 기준으로 하는 본질을 지키고 있는지 돌아보고, 신앙의 조율, 튜닝을 통해 계속 개혁된 교회로, 개혁된 신앙을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