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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나단 선지자가 다윗을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그 이야기는 사법적 비유로 올가미 수사기법으로 걸려들게 하는 것입니다. 올가미 수사기법이란 이야기와 질문을 통해 빠져나갈 수 없는 위치로 유인하여 시인하게 만드는 기법입니다.

양과 소가 심히 많은 부자가 하나밖에 없는 딸처럼 아끼는 양을 가진 가난한 자의 양을 빼앗아 간 사건을 이야기했습니다. 다윗은 감히 자신의 나라에 그런 놈이 있느냐며 실제로 그런 자가 있다면 죽어 마땅하다고 격한 감정을 보이며 사법적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나단 선지자는 당신이 그 사람이라라고 하면서 다윗의 악행을 고발했습니다. 선지자가 했던 말을 자신에게 적용하면, 다윗은 꼼짝없이 죽어 마땅한 자임을 인정하는 것이 되었습니다.

 

다윗을 위한 변명을 해보면 당시 그런 일은 왕에게 있을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절대권력을 가진 왕에게 간음죄가 적용될 수 있을까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다른 왕들에게는 죄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설령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수 있는 일이라 할지라도 사법적으로 처리하기 힘들고, 권력의 힘으로 은폐하고 넘어갈 일입니다. 절대권력을 가진 자가 은밀하게 악을 행하고,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을 때, 그것을 드러내어 처벌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하나님의 방법대로, 조용히 묻혀 지나갈 사건을 드러내십니다. 114절에 보면 다윗은 밧세바를 불러 그 여자가 부정함을 깨끗하게 하였으므로 더불어 동침했다고 했습니다. 부정함을 깨끗하게 했다는 것은 지금 막 생리가 끝나 가임기가 아님을 확인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밧세바가 임신하게 하셨고, 자신의 범죄를 감추기 위해 왕권을 남용하여 은폐하려 했습니다. 완전범죄를 꾸미려 전장에 나가 있는 남편 우리아를 불러들여 집으로 보내 동침하게 했지만, 우리아는 결벽증에 가까운 지나친 충성심으로 집에 들어가지도 않아 실패하게 됩니다. 1127절에서 다윗이 행한 그 일이 여호와 보시기에 악하였더라라고 단죄하셨습니다. 다윗의 죄는 이웃의 아내를 탐냈고, 간음하였으며, 충성된 신하를 다시 전쟁터로 내보내어 함정에 빠져 죽게 꾸몄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다윗의 범죄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하나님은 악하다고 판단하시고, 죄에 대한 하나님의 징계를 전합니다.

 

왜 모두가 흠모할만한 다윗이 이런 엄청난 죄악에 빠졌을까요? 그것은 성공 뒤에 영적으로 무뎌졌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영적으로 무뎌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처럼 위험한 것은 없습니다. 86절에 다윗이 어디로 가든지 여호와께서 이기게 하시니라라고 했고, 14절에도 다윗이 어디로 가든지 여호와께서 이기게 하셨더라라고 했습니다. 이러한 승리와 성공은 교만하게 만들고, 영적 긴장을 풀게 하고, 나태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다윗은 이후로 신하들만 전쟁터에 내보내고 본인은 왕궁에서 낮잠이나 즐기고 있었습니다. 선줄로 생각하는 자는 실로 넘어질까 조심했어야 했는데, 다윗은 자신의 영성이 얼마나 무뎌지고 둔해졌는지 모르고 방심하다가 이 엄청난 죄악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다윗에게 본받을 것은 다윗은 자신의 잘못에 대해 변명하거나 감추거나 우기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의 징계를 거두어 달라고 사정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징계는 받았지만, 은혜는 거두어가지 않으셨습니다. 우리도 우리의 영성을 늘 점검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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