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가 있습니다.
이철환의 <연탄길>이라는 책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아주 유명한 얘기인데요. 음식점 출입문이 열리더니 여자아이가 동생들을 데리고 들어왔다. 영철이 주문을 받기 위해아이들 쪽으로 갔을 때 큰아이가 말했다. “자장면 두 개 주세요.” “언니는 왜 안 먹어?” “응, 점심 먹은 게 체했나 봐.” “언니, 우리도 엄마아빠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저렇게 같이 저녁도 먹구.” 그때 영선이 주방에서 급히 나왔다.
“너 혹시 인혜 아니니?” “네, 그런데 누구세요?” “엄마 친구 영선이 아줌마야. 한동네에 살았었는데, 네가 어릴 때라 기억이 안 나는 모양이구나.” 영선은 아이들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인정이도 많이 컸구나.” 그제야 아이들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영선은 서둘러 주방으로 들어가 자장면 세 그릇과 탕수육 한 접시를 내왔다.
“안녕히 계세요.” “그래, 잘 가라. 차 조심하고……. 자장면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와, 알았지?”“네…….” 어두운 길을 총총히 걸어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이 처마 끝에 매달려 제 키를 키워 가는 고드름처럼 힘겨워 보였다.
영철이 물었다. “누구네 애들이지?” “사실은 모르는 애들이에요. 무턱대고 음식을 그냥 주면 아이들이 상처받을지도 모르잖아요. 엄마 친구라고 하면 아이들이 또 올 수도 있고 그래서…….” “그런데 아이들 이름은 어떻게 알았어?” “아이들이 말하는 걸 들었지요. 자기는 먹고 싶어도 참으면서 동생들만 시켜 주는 모습이 어찌나 안 돼 보이던지…….” 영선의 눈에 맺힌 눈물은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것만 같았다.
저자는 이 이야기 밑에 이렇게 적어 놓았습니다. “상처를 주지 않고 사랑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소리 없이 아픔을 감싸준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실제로 나의 주변에서 이런 따듯한 일들이 지금 일어나고 있어 가슴이 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