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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 중에 응답하라 1994가 있습니다. 1994년을 배경으로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하숙집에 모여 살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을 드라마로 만든 것입니다. 응답하라 시리즈에 보면 매회 마다 작은 주제들이 있고, 그 주제를 정리해 주는 멘트가 나옵니다.

그중에 엄마는 당연해졌다편이 있습니다. 지방에서 올라온 하숙생들은 따뜻하게 대해주는 하숙집 아줌마 덕분에 서울 생활에 잘 적응해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너무 편안하게 느낀 나머지 함부로 대하게 되면서 관계에 위기가 닥쳐옵니다. 나중에 하숙생들은 서울 엄마라고 부르며 마음을 담은 선물을 전달하면서 진심을 표현했지만, 하숙집 엄마의 마음은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이 상황을 정리해 주는 멘트가 나옵니다. “서울 생활 4개월 차. 대학 첫 여름방학이 다가올 무렵, 우리는 친해졌고, 가까워졌고, 익숙해졌다. 그리고 딱 그만큼 미안함은 사소해졌고, 고마움은 흐릿해졌으며, 엄마는 당연해졌다. 1994년 초여름의 일상은 그렇게 엄마를 잔인하고 깊게 할퀴고 있었다.”

가족이 그렇습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익숙해지고, 익숙함은 우리의 감정을 무디게 만듭니다. 당연히 미안하게 느껴야 할 것도 사소한 일로 치부되고, 고마운 일도 흐릿하게 느껴지고, 소중하고 고마운 존재도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게 됩니다.

당연히 여기지 말아야 할 것을 당연히 여기고, 익숙함이 긴장과 조심성을 잃어버리게 만들 때, 그때 소중한 것을 지켜내지 못할 위기를 만나게 됩니다. 몇 주째 국내 지역 감염자가 많이 나오지 않아 순조롭게 생활방역으로 전환하며 코로나 극복이 코앞에 다가온 것처럼 느껴질 때, 용인 66번 확진자의 무책임한 행동에 온 나라가 2차 집단 감염의 위기 앞에 긴장하고 있습니다. 익숙함이 느슨함으로, 느슨함이 무책임과 무례함으로 이어질 때, 이런 위기가 찾아오게 됩니다. 우리의 모든 관계도 그렇습니다. 가족간의 관계도, 부부간에도, 부모자식간에도 당연하게 여기지 말아야 할 것을 당연하게 여길 때,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오늘은 어버이주일입니다. 우리는 어버이의 은혜를 입고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어버이의 사랑과 희생에 익숙해지고, 그 익숙함이 고맙고 소중한 존재에 대한 무감각한 모습으로 변해가기 쉽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부모님의 마음을 할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사람은 남들보다 앞서갈 때 자랑합니다. 어릴 때는 성장 발달이 빠르면 자랑합니다. 학교에 가면 성적이 앞서가면 자랑합니다. 졸업하면 사회생활을 하면서 출세와 능력을 자랑합니다. 그러다가 현직에서 은퇴하고 나면 예전에 자랑거리로 여기던 것이 아무것도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이제 남는 것은 자식 자랑뿐입니다.

부모는 자식 때문에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합니다. 잠언 2324절에 보면 의인의 아비는 크게 즐거울 것이요 지혜로운 자식을 낳은 자는 그로 말미암아 즐거울 것이니라라고 말씀합니다. 자식 잘 둔 부모는 자식으로 인하여 크게 즐거울 것이라고 말씀합니다. 부모님이 아직 살아계신 사람도 있고, 이미 부모님이 안 계신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혹시 부모님이 계신다면 기회가 그리 오래 남아있지 않을 수 있다는 마음으로 부모님을 기쁘시게 합시다. 부모님은 평생 우리와 함께 계셔주시지 않습니다. 그리고 부모님들은 자녀들로 인하여 기쁨과 즐거움을 누릴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명륜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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