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은 철없을 때 장난처럼 가볍게 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약속을 어길 때는 목숨을 걸겠다는 비장하고 엄중한 언약도 있습니다. 오늘 본문에 보면 이 비장한 언약식이 나옵니다. 짐승들을 가져와 그 중간을 쪼개어 마주 대하여 놓고, 그 사이로 지나가는 것입니다. 이것은 누구든 이 언약을 지키지 않으면 죽임을 당하여 둘로 쪼개져 있는 이 짐승처럼 죽어도 좋다는 것으로, 자기 목숨을 걸고 약속한다는 의미입니다. 하나님은 친히 타는 횃불의 모습으로 그 사이를 지나가심으로 언약에 맹세하십니다.
결과적으로 볼 때, 하나님은 약속을 지키셨고, 아브라함은 이후에도 여러 차례 언약을 믿지 못하는 불신의 모습을 보입니다. 무엇보다 언약을 지키지 못한 아브라함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으시고, 하나님이 책임을 감당하십니다. 이것은 이후에 예수님이 우리 죄를 대신해서 십자가에 달려 죽으심으로 이행하셨습니다. 그래서 오늘 본문이 사순절 둘째 주일 본문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아브라함과 언약을 맺으신 하나님을 말씀을 통해 살펴보며 예수님을 통해 그 약속을 지키신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는 시간이 되길 소망합니다.
먼저, 본문의 배경을 살펴보겠습니다. 1절에 ‘이 후에 여호와의 말씀이 환상 중에 아브람에게 임하여’라고 했습니다. 바로 앞에는 메소포타미아의 네 왕이 연합하여 소돔의 다섯 왕과 전쟁을 벌여 승리하고, 모든 재물과 양식을 빼앗아 간 사건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약탈당하고 포로로 끌려간 자 중에 조카 롯이 포함되어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 아브라함은 사병 318명을 이끌고 가서 밤에 기습하여 쳐부수고, 빼앗겼던 모든 것을 되찾아왔습니다. 이것은 아브라함의 능력으로 거둔 승리가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이번에는 어찌하여 승리했지만, 저들이 마음먹고 준비하여 다시 공격해 온다면 막아낼 힘이 없습니다. 하루하루 두려운 마음에 보복을 염려하며 지내게 되었습니다. 이때 하나님이 말씀하신 것입니다. “아브람아 두려워하지 말라 나는 네 방패요 너의 지극히 큰 상급이니라” 메소포타미아 연합군의 공격이 있어도 하나님이 방패가 되어주시겠다는 것입니다. 또한 아브람은 전리품을 취하지 않고 다 나누어주었는데, 하나님이 친히 아브람의 큰 상급이 되어주시겠다고 약속해 주셨습니다.
그러나 아브람에게는 하나님을 향한 아쉬운 마음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상급으로 주시겠습니까? 제게 필요한 것은 약속하신 자녀인데, 자녀를 주시지 않으니, 내게 상급을 주셔도 그것의 상속자는 다메섹 사람 엘리에셀이 될 것입니다.’ 이런 마음을 고백한 것입니다. 이에 하나님은 이전에 주신 약속을 재확인해 주십니다. 네 몸에서 날 자가 네 상속자가 될 것이고, 이 땅을 네게 주어 소유로 삼게 하시겠다는 것입니다.
아브람은 하나님께 이것을 ‘무엇으로 알리이까?’라고 하며 언약의 징표를 원했습니다. 이때, 하나님은 아브람에게 짐승들을 가져와 그 중간을 쪼개어 마주 대하여 놓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해가 져서 어두울 때에 하나님이 화로에서 타는 횃불로 나타나 쪼갠 고기 사이로 지나가셨습니다. 하나님이 하신 언약을 지키실 것을 생명을 걸고 약속해 주시겠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다 하셨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하나님의 약속을 믿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 보면 매우 중요한 말씀이 나옵니다. “아브람이 여호와를 믿으니 여호와께서 이를 그의 의로 여기시고”라는 말씀입니다. 믿으니 의인이 되었다는 말이 아닙니다. 여전히 의롭지 못한 모습이지만, 믿음을 보시고 의로 여겨주신다는 것입니다. 십자가 은혜도 마찬가지입니다. 믿으니 의인이 된 것이 아니라, 의로 여겨주신 은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