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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이 제자들에게 요구하시는 삶의 양식은 세상의 가치와는 다른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필요에 따라 예수님을 쫓아다녔던 무리들이 아니라 주님의 뜻을 이루는 제자가 되려면 당연히 우리의 가치관이 달라져야 합니다. 그래서 제자가 되기로 모인 자들에게 주신 말씀이 산상수훈입니다. 이번 주부터 산상수훈의 첫 번째 교훈인 팔복(혹은 구복)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주님의 제자는 무엇을 복으로 여기는가가 세상과 달라야 합니다. 세상 사람들은 건강, 장수, 편안한 죽음, 재물, 입신양명, 자녀, 인복, 덕을 끼치는 것, 베풀며 사는 것, 심지어 치아까지 복으로 여깁니다. 누가 보아도 복처럼 보이는 복입니다.

그런데 주님이 말씀하신 복은 역설적 복입니다. 얼핏 보면 복처럼 보이지 않는 복입니다. 역설(逆說, paradox)겉으로는 모순되고 불합리하여 진리에 반대하고 있는 듯하나, 실질적인 내용은 진리인 말을 의미합니다. 가난한 것, 애통하는 것, 온유한 것, 주리고 목마른 것, 박해를 받는 것, 이런 것들은 힘없어 당하고 사는 아주 박복(薄福)한 사람의 모습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주님은 이러한 것들을 복으로 여길 수 있어야 제자의 삶을 살 수 있다고 말씀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손해를 보고, 스스로 박복한 삶을 자발적으로 선택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팔복에 나오는 내용은 간단한 짧은 구절들이지만, 그 속에 매우 중요한 공식이 있습니다. 의무와 보상을 함께 묶어 놓으신 것입니다. 제자들이 의무적으로 선택해야 할 역설적으로 보이는 복의 내용을 먼저 이야기하고, 그다음에는 그러한 삶을 살아가는 제자들이 받게 될, 세상에서는 누리지 못하는 보상을 말씀합니다. 그 첫 번째가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요라는 말씀입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심령이 가난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런 삶을 사는 자들이 받을 보상이 무엇인지를 알 필요가 있습니다. 가난한 삶을 사는데, 결과는 하늘의 왕국을 소유하게 됩니다.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토마스 왓슨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1) 심령이 가난한 것의 의미 심령이 가난한 것은 물질적 가난이나, 은혜가 없어 영적으로 곤고하거나, 심적으로 여유가 없는 인색함, 자발적으로 재산을 처분하고 가난을 선택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난한 심령은 자신의 비참함을 발견하고 하나님 앞에서 인정하는 것입니다. 나의 모든 것이 내 것이 아님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면 살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입니다. 우리는 심령이 가난해지기까지는 은혜를 받지 못합니다. 그리스도를 존귀하게 여기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천국에 대한 사모함도 없고, 천국에 들어가지도 못합니다. 가난한 심령은 영혼을 작게 만들고 불필요한 부분을 깎는 것입니다.

 

2) 심령의 가난으로 얻는 천국 이 세상 나라는 싸우고 정복하고 이겨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천국은 하나님이 주셔야 얻을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하나님의 나라를 심령이 가난한 자에게 상속해 주시겠다고 말씀합니다. 결국 우리는 이 땅의 썩어 없어질 세상의 일부분을 얻으려고 싸우고 투쟁하며 살 것인지, 하나님의 상속자가 되어 영원한 하나님의 나라를 소유할 것인지 선택해야 합니다. 만약에 하나님의 나라를 상속받는 것의 가치를 안다면 우리는 기꺼이 이 세상에서 심령이 가난한 자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명륜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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