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부분의 국가는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공화제를 따르고 있지만, 국가에 왕을 인정하는 군주제를 따르는 나라도 있습니다. 군주제는 군주에게 무제약적 통치 권력을 인정하는 전제군주제(절대군주제)와 군주는 상징적 지위로만 존재하고 실권은 거의 없는 입헌군주제로 나뉩니다. 입헌군주제를 따르는 나라에서도 왕정 제도의 존속에 찬반 의견이 나뉩니다. 영국의 경우 왕실을 유지하기 위한 국민분담금이 한해 약 1,380억에 이르며, 작년 찰스 3세의 대관식에 사용된 비용으로 수천 명의 빈곤층이 연료 빈곤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왕실이 존경받지 못할 때, 국민들은 군주제 폐지를 원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리스도가 우리의 왕이시며, 영원히 왕으로 우리를 다스려주시기를 원합니다.
이번 주는 교회력의 마지막 주일이며, 새롭게 교회력을 시작하는 대림절 바로 앞에 있는 주일로, 교회력으로는 ‘왕이신 그리스도 주일’로 지킵니다. 주님이 오심을 기념하며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리는 대림절에 앞서 우리의 왕이신 예수님을 기억하는 절기입니다. 즉 교회력은 시작과 끝을 모두 다시 오실 예수님을 기다리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오늘 본문의 내용은 예수님이 빌라도와 법정 진술 과정에서 나눈 대화입니다. 유대인들은 예수님을 로마 총독인 빌라도에게 ‘유대인의 왕 사칭죄’로 고발했습니다. 빌라도가 예수님께 처음 질문한 것도 ‘네가 유대인의 왕이냐?(33절)’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빌라도에게 이 질문이 빌라도 자신이 필요해서 한 질문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 즉 유대인 대제사장의 무리들이 질문하라고 한 것인지 되묻습니다. 빌라도는 네 나라 사람, 대제사장에 의한 질문임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면서 예수님께 자신을 변호할 기회를 주며 “네가 무엇을 하였느냐”고 묻습니다.
예수님은 변론하면서 36절에 “내 나라”라는 말을 세 번이나 사용하면서 왕이심을 밝힙니다. 37절에서 빌라도는 “그러면 네가 왕이 아니냐”라고 하는데, 이는 ‘아무튼 네가 왕이냐? 네가 왕이라고?’ 이런 의미입니다. 이에 예수님은 ‘네 말과 같이 내가 왕이니라. 이를 위하여 세상에 왔나니 곧 진리에 대하여 증언하려 함이로다’라고 말씀합니다. 변론이 아니라 스스로 죄인임을 자백하는 답변입니다. 그러나 빌라도는 이 말이 정치적인 의미가 아니라, 유대인들 사이의 종교 분쟁임을 알았습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내 나라’는 로마에 대항하는 세속 국가가 아님을 알았던 것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나의 왕으로 섬기고 있는지, 내 삶의 모든 영역에서 왕이신 예수님의 다스림을 받고 있는지 돌아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