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격언에 “제일 가르치기 어려운 수학 문제는 받은 축복을 세어보는 문제”라는 말이 있습니다. 받은 은혜는 많은데, 그것을 은혜인 줄도 모르고, 알아도 기억하지 못하고, 기억해도 오래 간직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불평과 원망의 마음이 더 깊이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뿌리내리고 있다는 것은 오랫동안 자라게 허용했다는 것입니다. 원수는 바위에 새기고 은혜는 물에 새긴다는 말처럼 우리는 나에게 서운하게 한 것, 원망할만한 것들은 쉽게 털어버리지 못합니다.
“감사 위에 감사”라는 찬양 후렴에 ‘감사 위에 감사를 덮을 때 은혜 위에 은혜가 쌓이네’라는 가사가 있습니다. 원망과 불평 대신 감사의 마음을 덮을 때, 우리에게는 은혜가 은혜 위에 쌓이게 되는 것입니다. 오늘 추수감사주일을 맞아 우리의 심령에 불평과 원망을 비우고, 모든 것을 은혜로 여기고 감사의 마음으로 덮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잘 아는 대로 감사라는 영어 단어 thank는 생각하다는 think에서 파생되었다고 합니다. 은혜를 생각할 때, 감사할 수 있습니다. think하면 thank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신명기는 출애굽 1.5세대와 2세대에게 시내산에서 주신 율법을 재해석해 주고, 출애굽 이후 광야길을 하나님이 어떻게 인도하셨는지를 알려주고, 앞으로 가나안 땅에 들어가게 되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를 가르쳐주는 책입니다.
오늘 본문은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를 아름다운 땅에 이르게 하시나니”라는 말씀으로 시작됩니다. 하나님은 출애굽 이후 40년간의 광야 시대를 마치고, 약속의 땅인 가나안에 들어가게 하십니다. 그 땅은 광야와는 비교할 수 없는 풍요롭고 좋은 땅입니다. 목축과 농사를 위해 필요한 물을 얻을 수 있고, 곡식과 과일의 풍성한 소산을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철광석도 풍부해서 문명을 발전시키기에 좋은 땅입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들의 본성을 잘 알고 계신 하나님께서는 염려되는 것이 있었습니다. 12-14절처럼 먹어서 배부르고, 아름다운 집에 거주하게 되고, 소와 양이 번성하고, 은금이 증식되어 소유가 풍부하게 될 때, 마음이 교만해지고, 하나님을 잊어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광야에서 먹을 것이 없어 하나님이 내려주시는 만나만 바라보고 살아가는 시험과는 차원이 다른 시험이었습니다. 광야의 시험은 낮추는 시험이었습니다(2절). 주린 가운데 겸손하게 하나님의 말씀만 붙잡고 살게 하는 시험이었습니다(3절). 그러나 가나안 땅에서의 시험은 부유하고 배부를 때, 교만해지지 않고 하나님을 잊지 않아야 하는 시험이었습니다(13,14절). 인간은 조금만 풍족해지면 은혜는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내 능력과 내 손의 힘으로 이 재물을 얻었다(17절)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신 교훈이 “네 하나님 여호와를 기억하라(18절)”는 것입니다. 내 모든 복의 근원이 하나님으로부터 온 것이고, 내가 잘나고 능력이 많아서가 아님을 우리는 주기적으로 기억해야 합니다. 추수감사절과 같은 절기를 지키는 이유도, 제도적으로 은혜를 잊지 않고 기억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신명기 11:10-12에는 하나님이 주실 약속의 땅에 대해 설명하면서, 오늘 본문에 없는 내용을 첨가했습니다. 그 땅은 애굽에서와 같이 관개시설로 인한 수리안전답이 아니고, 하늘의 비를 기다려야 하는 천수답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땅은 여호와께서 돌보아 주시는 땅이고, 여호와의 눈이 항상 그 위에 있는 땅이라고 말씀합니다. 오늘 다시 한번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고, 감사가 회복되고, 감사위에 감사를 덮어 은혜 위에 은혜를 쌓는 삶이 되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