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종종 우리에게 큰 고난을 앞두고 은혜를 주실 때가 있습니다. 말씀으로 은혜를 입게 하든지, 기도하게 하셔서 기도를 심게 하든지, 영적 체험이나 은사를 통해 하나님을 체험하게 하든지 먼저 은혜를 주시고, 그 은혜를 통해 다가올 고난을 이겨내게 하십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십자가 고난과 죽음을 예고하십니다. 그러나 그 전에 변화산에서의 놀라운 체험을 통해 고난을 대비하게 하십니다. 예수님은 세 명의 제자들과 함께 기도하러 산으로 올라가셨습니다. 그곳에서 기도하던 중 예수님은 용모가 변화되고 옷이 희어져 광채가 났습니다. 또 하나의 사건은 하늘에서 모세와 엘리야가 내려와 예수님과 장차 예루살렘에서 별세하실 것에 대해 논의하였습니다.
제자들은 깊이 졸다가 깨어보니 이 장면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모세와 엘리야가 떠날 때, 베드로는 다급하게 예수님께 “주여 우리가 여기 있는 것이 좋사오니 우리가 초막 셋을 짓되 하나는 주를 위하여, 하나는 모세를 위하여, 하나는 엘리야를 위하여 하사이다”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 뒤에 “자기가 하는 말을 자기도 알지 못하더라”는 표현입니다. 깊이 졸다 깜짝 놀란 상황이기도 하고, 지금 눈 앞에 펼쳐진 상황이 너무 경이로운 장면이라 뭐라고 입을 열기는 했지만, 그 의미도 모르고 그저 그 현장이 유지되기를 원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상황은 베드로가 원하는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구름이 와서 그들을 덮었고, 모세와 엘리야는 구름속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이때 구름 속에서 “이는 나의 아들 곧 택함을 받은 자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으라”는 하나님의 음성이 들립니다. 이렇게 꿈같은 시간이 지나가고 예수님과 제자들만 남게 되었습니다.
1. 주님은 고난에 앞서 은혜를 체험케 하십니다.
오늘은 교회절기로 “산상변모주일”입니다. 그리고 이번 주 수요일은 사순절이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입니다. 산상변모주일은 예수님의 모습이 거룩하게 변모하신 영광스러운 사건과 고난의 사순절을 연결합니다. 영광과 고난이 이어집니다. 제자들에게도 적용됩니다. 저들이 믿고 따르던 주님이 예루살렘에 올라가면 고난당하고 별세하시면서 제자들도 고난이 시작됩니다. 변화산에서의 엄청난 경험을 하고, 주님이 가신 십자가의 길을 따라가야 합니다.
성경에는 예수님이 어떤 일을 하실 때,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지 예수님의 정체성에 대해 하늘로부터 선포되는 장면이 세 번 나옵니다. 1) 공생애를 시작하시면서 세례를 받으실 때, 2) 변화산에서 변모하신 후, 3) 십자가에서 죽으실 때입니다. 첫 번째 세례를 받으실 때 하늘이 열리고 성령이 임하며 하나님의 음성이 들린 것이 사역의 시작을 알린 것이라면, 세 번째 십자가에서 처형당해 죽으실 때 하늘의 해가 빛을 잃고 성전 휘장이 찢어지면서 백부장의 입을 통해 하나님의 아들되심을 고백하게 한 것은 사역의 완성을 알린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본문의 변화산에서의 변모하심은 공생애 사역의 극적 전환점이 됨을 알린 것입니다.
2. 은혜는 고난을 이기게 합니다.
은혜는 우리에게 고난을 이길 힘을 줍니다. 변화산에서 천상의 회의를 방불케 하는 모임에서 논의된 주제는 예수님이 예루살렘에서 별세하실 것에 대한 논의였습니다. 별세의 헬라어 원어는 출애굽이란 의미로도 사용된 엑소더스(exodos)입니다. 엑소더스(길 밖으로)는 밖으로(에크)와 길(호도스)가 합쳐진 단어입니다. 육신을 떠나 죽음의 길로 간다는 의미입니다. 십자가의 길을 가려면 먼저 은혜를 체험해야 합니다. 은혜로 사순절을 시작하며 주님 가신 길을 함께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