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언은 지혜의 책이라 불립니다. 여기에서 지혜란 인간적 경험이나 지식에 기반한 처세술이나 삶의 지혜만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혜를 사람처럼 인격화하기도 하고, 하나님과 동일시하여 신격화하기도 합니다. 잠언의 지혜는 단순히 경험과 학문에서 나온 삶의 기술이 아니라 하나님 자신이며, 하나님과 같은 존재임을 나타냅니다.
오늘은 삼위일체주일입니다. 성부, 성자, 성령, 삼위의 하나님은 지혜와 진리로 공통분모를 갖고 있습니다. 여호와 하나님이 지혜의 근본이십니다. 성자 예수님은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오신 분(요 1:14)입니다. 이 말씀은 태초부터 하나님과 함께 계셨고(요 1:1,2), 하나님이 천지를 지으실 때 함께 하셨습니다(요 1:3). 또한 성령님은 진리의 성령(요 16:13)이며, 지혜와 계시의 영(엡 1:17)이십니다. 잠언을 기록한 솔로몬이 이것을 완벽하게 다 알고 기록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성령으로 감동하여 솔로몬의 잠언을 통해 성삼위하나님께서 언제나 함께하셨음을 보여줍니다.
잠언 8장은 특히 지혜를 형이상학적 개념으로 보지 않고, 인격화, 신격화하여 설명합니다. 마치 사람이 부르고 소리를 높여 초청하듯 이야기하는 사람처럼 이야기하고(1절), 나를 사랑하는 자들이 나의 사랑을 입으며 나를 간절히 찾는 자가 나를 만날 것이라(17절)고 하면서 지혜를 의인화하여 인격체로 묘사합니다.
게다가 22절 이하에서는 지혜를 하나님과 동일시합니다. 하나님과 동역했으며 하나님 자신과 같은 것으로 설명합니다. 태초부터, 천지가 지어지기 전부터 하나님은 지혜를 가지셨고, 세우셨습니다. 창조의 현장에 하나님의 신이 수면 위에 운행하셨다는 말씀처럼 창조의 사역 역시 삼위 하나님의 동역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래서 지혜의 하나님은 천지가 창조되는 모든 과정을 다 지켜보았습니다. 진화론자들은 이 세상이 오랜 세월에 걸쳐 우연히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조금만 살펴보면 이 우주 만물은 전능자의 지혜의 집약체이며, 작품입니다. 결코, 우연히 저절로 만들어질 수 없는 지혜의 산물입니다.
하나님의 지혜의 절정, 지혜의 최고의 산물은 인간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우주 만물은 인간을 위해 예비하신 선물입니다. 그래서 “사람이 거처할 땅에서 즐거워하며 인자들을 기뻐하였느니라”라고 말씀합니다. 하나님이 천지 만물과 인간을 지으시고 보시기에 심히 좋았다라고 하신 말씀과 같이 지혜의 하나님은 사람이 거처할 땅과 인자들을 기뻐하신 것입니다.
또한 “내가 그 곁에 있어서 창조자가 되어 날마다 그의 기뻐하신 바가 되었으며 항상 그 앞에서 즐거워하였으며”라고 말씀합니다. 지혜의 하나님은 늘 우리 곁에 계십니다. 창조의 날부터 우리를 지켜보고 계신 분입니다. 하나님의 지혜와 섭리대로 창조하시고, 하나하나 만들어질 때마다 그것을 보시고 기뻐하며 즐거워하셨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완벽한 지혜로 창조하신 작품을 망친 것이 인간입니다. 하나님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으신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셔서 하나님이 지으신 세계에서 아름답게 살아가기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하나님의 창조세계에서 하나님의 존재를 밀어내고, 불순종하며 자신의 정욕과 야망을 이루는데 사용하고 말았습니다. 성삼위 하나님께서 함께 창조의 조화를 이루신 것처럼, 인간의 죄악으로 망가진 창조질서를 다시 회복시키십니다. 성 삼위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필요한대로 회복시켜주시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