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도 다 지나갔습니다. ‘아니, 이제 겨우 절반 지났는데 금년도 다 지나갔다고?’ 이런 생각이 들겠죠? 궤변처럼 들리겠지만, 시작이 반이라 했으니 절반은 지나온 것이고, 또 시간적으로 절반을 지나왔으니 반, 반 더하면 다 지나간 것이 아닐까요? 그런데도 우리에게는 한 해의 절반 6개월이 남았고, 새로운 6개월을 시작하는 주일입니다. 만약에 이렇게 해석한다면 남은 절반의 시간은 어떻게 보내야 할까요?
오늘은 맥추감사주일입니다. 맥추(麥秋)란 ‘보리 익는 계절’이란 뜻입니다. 우리나라의 이모작 농사를 짓는 곳에서는 전반기에 보리 수확을 하고, 후반기에는 쌀 수확을 했습니다. 성경에서는 맥추절이 원래 칠칠절, 오순절, 초실절이라고 불렸습니다. 교회력으로는 유월절을 기준으로 50일 지난 시점으로 유대 지역에서 보리 추수 시기가 오순절과 맞았기 때문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 오순절은 성령강림주일로 기념하여 지키고, 우리나라 농경문화를 배경으로 7월 첫 주를 맥추감사주일로 지킵니다.
그런데 현대에는 도시화 되면서 농경문화의 전통들이 사라져가면서 맥추감사주일의 의미도 달라졌습니다. 농사에 관련된 절기라기보다는 한 해의 절반을 지내오는 동안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앞으로 살아갈 남아 있는 절반을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는 절기라는 의미입니다.
성경에는 맥추절을 지키는 방법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택하신 성소에서, 모든 국민들이 다 함께 범국가적 공적 행사로, 헌신과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자녀와 후대에 기념하여 지킬 절기임을 가르치며 지키라고 말씀합니다.
전반기 6개월을 돌아보면 금년 상반기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충격적인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감사할 수 있을까요? 장기화된 코로나 사태, 언제 다시 2차 대유행으로 번질지 몰라 불안해하는 상황, 코로나보다 더 염려되는 경기침체, 잃어버린 일상 그리고 다시 돌아갈 보장이 없는 코로나 이전의 삶, 위축되고 제한된 상황에서 느끼는 고립감과 우울감, 미래에 대한 불확실,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는 감사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하나님께서 유월절, 맥추절, 수장절을 지키라고 명령하신 말씀에서 어떤 고백을 해야 할까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처음 절기를 지키라는 명령을 받은 곳은 광야였습니다. 저들은 아직 농사지을 땅도 없습니다. 무시무시한 애굽의 압제에서 벗어나기는 했지만, 아직 하나님의 은혜가 없으면 하루도 살 수 없는 척박한 광야를 지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씀을 주시면서, 언젠가 약속의 땅 가나안에 들어가게 될 것인데, 하나님이 허락하신 땅에 들어가 뿌린 것의 처음 열매를 거두면, 반드시 맥추절을 지키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믿음은 눈에 보이는 현실을 보고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약속하신 말씀을 보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지금 눈 앞에 펼쳐진 현실이 아무리 척박하고 힘들어도, 약속하신 말씀에 소망이 있고 은혜가 있다면, 우리는 약속하신 은혜를 바라보아야 합니다.
어떤 사람은 ‘이래도 감사할 수 있나요?’라고 불평하지만, 어떤 사람은 ‘그래서 감사합니다’라고 감사합니다. 우리 신앙의 회복은 감사의 마음을 회복하는 것으로 드러납니다. 우리 입에 아직 불평과 불만이 남아 있지 않습니까? 감사와 찬양의 말이 넘쳐나길 바랍니다. ‘죽겠네’가 아니라 ‘주께 있네’가 되기를 바랍니다. 발음은 비슷하지만 의미는 하늘과 땅입니다. 다시 감사의 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