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비대면(非對面)이 대세라 그런지 비(雨)를 대면하고 사는 것 같습니다. 특히 ‘물 폭탄’이라고 표현되는 집중호우는 인간의 교만을 비웃기라도 하듯, 지나가는 곳마다 곳곳에 피해를 입히고 있습니다. 아직 코로나 사태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장마와 홍수로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두 달 넘게 홍수와 태풍에 시달리는 중국의 모습을 보면 물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물만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인생은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오늘 말씀에 보면 제자들이 두려움을 느낄만한 요인들에 직면하게 됩니다. 배를 타고 갈릴리 바다를 건너게 하셨습니다. 그런데 배가 바다 가운데 오게 되었을 때, 갑자기 바람이 거슬러 큰 물결을 일으키게 되었습니다. 밤 사경이라고 하니 어둠도 두려움을 더하게 했습니다. 가장 큰 두려움의 요인은 그 배에 예수님이 계시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따로 산에 기도하러 올라가셔서 홀로 시간을 보내고 계셨고, 제자들만 배에 태워 건너편으로 보내셨기 때문입니다.
이때, 제자들은 기절할 만한 상황을 만나게 됩니다. 저 앞에 바다 위로 누군가 걸어오고 있음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흔히 사람이 제일 무섭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 밤에 풍랑이는 바다 위를 누군가가 걸어오고 있다면 그것은 필경 사람이 아닐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놀라고 무서워하여 소리를 지르며 “유령이라”고 했습니다.
이때, 음성이 들립니다. “안심하라. 나니 두려워하지 말라” 이 말을 듣고야 예수님임을 알게 됩니다. 그러나 또 한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진짜 예수님인지, 아니면 예수님 형상을 하고 나타난 유령인지 확신이 안 서는 것입니다. 그래서 베드로가 돌발행동을 합니다. “주여, 만일 주님이시거든 나를 명하사 물 위로 오라 하소서” 예수님께서 진짜 물 위로 오라고 하시면 어떻게 하려고 저렇게 이야기하나 싶었는데, 예수님은 진짜 “오라”고 하십니다.
베드로는 베드로입니다. 이 말씀을 듣고 배에서 내려 물 위로 걸어서 예수님께 갔습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순간 기적이 일어난 것입니다. 그런데, 바람을 보고 두려움이 밀려올 때, 갑자기 물에 빠졌습니다. 어떻게 바다 위를 걸을 수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기적의 능력을 거두시자, 베드로는 자연법칙에 의해 물에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베드로는 살기 위해 본능적으로 소리 지르며 “주여 나를 구원하소서”라고 합니다. 주님은 즉시 손을 내밀어 그를 붙잡아 주시며 건져주십니다. 그리고 “믿음이 작은 자여 왜 의심하였느냐” 하시고 배에 함께 오르십니다.
믿음의 사람도 인생의 물결이 요동칠 때, 두려움을 느낍니다. 하나님을 믿노라 하지만 의심이 생길 수 있습니다. 예수님을 유령처럼 여기면 풍랑을 이겨낼 수 없습니다. 거리를 두고 바라보기만 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주님이 내미는 손을 붙잡아야 하고, 주님과 함께 배에 올라야 합니다. 그래야 바람이 그치고, 요동치는 바다도 잔잔해집니다.
풍랑은 외부의 환경적인 것에만 부는 것이 아닙니다. 내 마음에, 내 감정에 휘몰아칠 수 있습니다. 어쩌면 내면에 휘몰아치는 풍랑이 더 위험합니다. 주님 손을 붙잡아야 합니다. 다시 주님과 함께 배에 올라야 합니다.